1. 들어가는 말
본 문서들은 대한제국 멸망 직전인 1910년 3월부터 8월까지, 황실소유의 경부철도주식회사 주식(5,000주)을 민간금융자본에 긴박하게 매각·정리한 과정을 입증하는 근대 경제사 최고의 사료이다. 그간 일본 측 주주명부로만 추정되던 황실 철도 출자의 실체를 본 문서를 통해 최초로 확증해 준다. 특히 일제에 의한 황실자산 강제 몰수를 예견하고, 한성은행 등 민족계 금융망을 동원해 자산 주권을 민간으로 다급히 도피·세탁하려 했던 대한제국 마지막 황실관료와 경제인들의 조직적 경제 저항을 생생히 입증한다는 점에서 문화재급 사료가치를 지닌다.
2. 핵심 내용
경부철도주식회사는 1901년 6월, 러시아의 대륙 진출을 견제하려는 일본의 정책적 목적 아래 자본금 2,000만 원 규모로 설립되었으며, 경성거류민단·경성상업회의소·경성영사관 등이 주도하고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가 회장을 맡았다. 일본정부의 각종 보조와 특혜 속에 부설이 추진되었으나, 1906년 7월 통감부가 이를 국유화하면서 약 2,012만 원에 매수하였다.
출품된 자료 6점은 하나의 연속된 거래를 구성한다. 대한제국 황실(궁내부) 3,500주, 시강원(侍講院, 왕세자 교육기관) 1,000주, 영친왕궁 500주, 합계 5,000주가 원 경부철도주식회사에 출자되어 있었고, 전직 관료 민영철(閔泳喆)이 황실을 대신하여 이를 변리(辨理)하였다. 융희 4년(1910) 3월 5일자 매매계약서에는 민영철이 5,000주의 주권을 조병택(趙秉澤)·성문영에게 액면반액(額面半額)에 매도한 내용이, 같은 해 8월 28일자 매매계약서에는 조동택·성문영이 “원(元) 경부철도주식회사 주식 5,000주 6회 출자분”을 김시현(金時鉉)에게 금 4만 7천 환에 재매도한 내용이 각각 담겨 있다. “元”이라는 표현은 이 회사가 1906년 통감부의 국유화로 이미 소멸한 상태였음을 뜻하며, 액면반액이라는 할인가 역시 매매 대상이 살아있는 회사의 주식이 아니라 국유화 보상금을 분할 지급받는 잔여 청구권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밖에 이 거래의 결제를 위해 발행된 것으로 보이는 한성은행 약속수형(2만 환, 1910년 9월 8일 기일)과 배서(表書) 문서가 함께 남아 있다.
대한제국 황실·시강원·영친왕궁의 경부철도주식회사 출자 사실은 국내 공개 사료에서 독립적으로 확인하지 못하였다.
3. 사료적 가치
본 자료는 국권 피탈이라는 국가 파멸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개된 '황실자산 구출작전'의 전말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자료의 의의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황실자산이 궁내부뿐만 아니라 태자 교육기관(시강원)과 궁방(영친왕궁)의 자금까지 정밀하게 분산 운용되었음을 증명한다.
둘째, 대한제국 말기 어음(수형)과 배서, 민간은행(한성은행)을 활용한 근대적 금융거래 실태를 완벽하게 고증한다.
결론적으로 이 문서들은 나라를 빼앗기기 직전, 일제에 의해 황실자산이 통째로 수탈당하는 것을 막고 어떻게든 민족자본의 테두리 안으로 자산 주권을 이전시키려 했던 마지막 경제적 자강운동의 실체를 보여주는 대체 불가능한 역사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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