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유물은 조선중기를 대표하는 서예가 죽남(竹南) 오준(吳竣, 1587~1666)이 북송(北宋)의 대문호 소식(蘇軾, 소동파)의 시 두 수를 단아하면서도 유려한 행초서(行草書)로 써 내려간 서첩 잔엽이다.
전반부와 후반부에 각각 소동파의 대표적인 명시가 정연하게 수록되어 있다. 전반부의 시는 과거에서 낙방한 지인 반삼(潘三)을 위로하며 함께 술잔을 기울인 [여반삼실해후음주 與潘三失解後飮酒)]이다. 세상의 성패와 득실을 한바탕 취기 속에 흘려보내고,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강 위의 맑은 바람과 밝은 달(滿江風月不論錢)을 완상하는 달관의 경지를 읊었다. 이어지는 후반부는 귀한 감귤을 맛보며 읊은 [식감 食柑]이다. 비단 수건에 싼 귤을 숲속으로 쫓겨난 신하(逐臣)가 먼저 맛보는 부끄러움을 서두에 두고, 서리 내린 가지에서 딴 푸른 귤을 옥 같은 손으로 쪼개어 입 안 가득 감도는 청량한 과즙과 뿜어져 나오는 향기를 극적으로 묘사하였다. 삼국시대 이형(李衡)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심었다는 '천 그루 귤나무(千奴)'의 고사를 끌어와 청빈한 처지를 해학적으로 결부시킨 명작이다.
죽남 오준은 동복(同福) 본관으로, 인조 대 삼전도비(三田渡碑) 비문을 쓸 만큼 당대 왕실과 조정에서 필명을 떨친 제일의 명필이었다. 그의 글씨는 고려 말 이래 유행한 조맹부의 송설체(松雪體)를 깊이 체득하면서도, 유약함을 탈피하여 뼈대가 곧고 필획이 정제된 것이 큰 특징이다. 본 작품 역시 획의 굵고 가는 대비와 글자 사이를 잇는 연맥(連脈)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조선중기 행초서의 전형적인 격조를 잘 보여준다. 소동파의 시문이 17세기 조선 사대부 계층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심미적으로 필사되었는지를 생생하게 증명하는 학술적·서예사적 가치가 높은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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